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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는다는 것
1992년 여름, 저를 문단에 추천해 주신 조병화 시인을 서울 혜화동 그의 서재에서 만났습니다. 선생은 파이프 담배를 즐기 셨는데 서재는 온통 자욱한 담배 향으로 가득했습니다. 선생이 돌아가신 후 저는 베레모를 쓰고 파이프 담뱃대를 물고 있는 선생의 인물화를 그려 안성에 있는 조병화문학관에 기증한 일이 있습니다.
서재에서 선생을 만났던 그날, 선생은 화선지에 참을 인(忍) 세 개를 써서 내 손에 쥐어 주면서 말씀하셨습니다. 무슨 일이건 참고, 참고 또 참으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참다보면 고독해 지는데 고독이 바로 시(詩)의 씨앗이 된다는 말씀이셨습니다. 시인이란 원래 고독한 존재라서 고독하지 않고서는 좋은 시를 쓸 수 없다는 말씀을 덧붙이셨습니다. 죽는 날까지 선생의 좌우명은 꿈과 고독이었습니다
저는 선생이 써준 참을 인(忍)자를 액자로 만들어 서재를 걸어두고 보면서 생각에 잠길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얼마나 참 고 살았는가! 성찰하게 됩니다. 화가 나도 참고, 억울해도 참고, 욕을 먹어도 참고, 춥던지 덥던지 참고, 웬만히 아파도 참 았어야 했는데 반추해 보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참았던 일보다 참지 못했던 일이 많았다는 자성을 하게 됩니다.
그리스도인에게 참음은 신앙의 척도가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내는 쓰지만 그 열매는 달다는 말을 마음에 담고 산다면 비로소 덕을 세울 것입니다.
성경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환난 중에 참으며(로마서 12장 12절) 사랑을 위해 오래 참으며(고린도전서 13장 4절) 그 참음 의 끝이 주께서 강림하시기까지라(야고보서 5장 7절)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김상현 권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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