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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성소 어머니의 젊은 시절은 제가 보기엔 너무나 쓸쓸했습니다. 수수밭 곁, 할머니의 묘소 앞에는 하얀나무십자가가 있었습니다. 사는 것이 막막할 땐 어머니는 곧잘 할머니의 묘소를 찾아가곤 했습니다. 기도하던 모습, 할머니에게 무엇인가를 하소연하던 모습, 그리고 서럽게 울던 어머니의 모습이 오래된 영화처럼 제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할머니의 묘소 가까이에 있는 칠산바다는 하루 두 번 씩 써레질 하듯 물을 밀고 왔다 돌아가곤 했습니다. 절벽 끝에 서서 바다를 내려다보면 어머니는 홀로 칠산바다 찬바람을 온 몸 껴안고 이고 온 배추를 절이고 있었습니다. 바람에 간간히 들리는 육자배기, 그 서러운 가락을 바다에 내려놓던 어머니의 모습이 기억에 생생합니다. 이 쓸쓸한 풍경이 제가 기억하는 어머니의 젊은 날에 관한 잔상입니다.
생각해 보면 마음 놓고 하소연하고 울음보를 터트릴 수 있는 할머니의 묘소는 어머니에겐 성소와 같은 곳이었습니다. 막막한 일이 삶을 가로막고 있을 때 하나님께 하소연하며 울음보를 터트리는 우리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습니다.
울 수 있는 좋은 곳을 발견했다며 어느 시인이 제게 은밀하게 말했습니다. 저는 그가 말한 버려진 옛 소금창고를 가 본 적이 있습니다. 마음 놓고 울 수 있는 곳, 저는 교회가 그런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회는 하나님을 향한 찬양소리만 있는 곳이 아니라 홀로 찾아와 울 수 있는 곳,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곳, 위로 받는 곳, 그냥 멍하니 앉아있기만 해도 마음에 평화가 느껴지는 곳이어야 합니다.
하나님은 여린 자, 가난한 자, 아픈 자, 고통 받는 자의 눈물을 결코 외면하지 않습니다. 그 눈물이 있는 곳이 바로 성소입니다.
김상현 권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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