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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인의 죽음
(마 14:3-8, 개정) 「[3] 전에 헤롯이 그 동생 빌립의 아내 헤로디아의 일로 요한을 잡아 결박하여 옥에 가두었으니 [4] 이는 요한이 헤롯에게 말하되 당신이 그 여자를 차지한 것이 옳지 않다 하였음이라 [5] 헤롯이 요한을 죽이려 하되 무리가 그를 선지자로 여기므로 그들을 두려워하더니 [6] 마침 헤롯의 생일이 되어 헤로디아의 딸이 연석 가운데서 춤을 추어 헤롯을 기쁘게 하니 [7] 헤롯이 맹세로 그에게 무엇이든지 달라는 대로 주겠다고 약속하거늘 [8] 그가 제 어머니의 시킴을 듣고 이르되 세례 요한의 머리를 소반에 얹어 여기서 내게 주소서 하나
의인의 희생에는 반드시 누군가의 죄악이 따릅니다. 죄는 전염성이 강해서 주변을 오염시키고 어느새 그것이 정당성을 갖는 힘으로 등장합니다. 복음에서 세례자 요한의 죽음에 동참하는 세 인물, 헤롯과 빌립의 아내 헤로디아 그리고 헤로디아의 딸을 통해서도 악의 세력이 어떻게 일을 하는지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헤롯은 동생의 아내를 데리고 사는 자신의 비윤리적 삶을 지적하는 요한에게 늘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헤롯보다 더 불안하고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인물은 사실 헤로디아였습니다. 헤롯에 붙어 권력을 누리며 살던 헤로디아는 이를 반대하는 요한 때문에 늘 위기감을 안고 있었습니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비윤리적 삶을 지키려고 임금의 마음을 사로잡은 딸을 이용하여 요한을 죽음으로 몰아넣습니다. 헤로디아에게서 발생한 악한 계락이 그녀의 딸을 오염시키고, 이것이 다시 헤롯의 권력의 힘을 악용하여 의인을 죽게 만듭니다.
예수님의 죽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들의 권위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예수님을 죽이려고 계략을 꾸민 대사제와 원로들, 여기에 동조하는 유다의 배신, 영문도 모르고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소리치는 군중, 정치적 이해관계로 무고한 이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빌라도, 약자를 조롱하는 병사들, 이 모든 사람이 예수님 수난과 죽음에 관여한 사람들입니다.
의인을 희생시킨 이 모든 사람이 우리의 모습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늘 자신을 성찰하고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를 식별하며 살지 않으면, 의인을 죽게 한 또 하나의 동조자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도 우리의 말과 행동 때문에 누군가가 크고 작은 희생을 당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니 하루를 조심스럽게 살아야 합니다.
(금주의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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