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빵 부스러기
(마 15:25-28, 개정) 「[25] 여자가 와서 예수께 절하며 이르되 주여 저를 도우소서 [20] 대답하여 이르시되 자녀의 떡을 취하여 개들에게 던짐이 마땅하지 아니하니라 [27] 여자가 이르되 주여 옳소이다마는 개들도 제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먹나이다 하니 [28] 이에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여자여 네 믿음이 크도다 네 소원대로 되리라 하시니 그 때로부터 그의 딸이 나으니라」
복음에서 예수님은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 주십니다. 당신께 다가온 가난한 처지의 여성들, 병자들, 고통받는 사람들을 한 번도 외면하지 않으시는데, 유독 오늘은 당신께 애원하는 한 여인에게 냉담한 모습을 보이십니다. 그것도 당시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방인들을 무시할 때 사용하였던 '개'라는 말도 서슴없이 하시면서 말입니다.
신비 신학자 십자가의 요한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자기와의 처절한 싸움을 통해서 완전한 무(無)에 이를 수 있을 때 우리의 영혼은 완전한 전부(全部) 이신 하나님과 일치할 수 있다." 우리가 간절한 그 무엇을 얻으려면 자신은 완전히 부서지고 버려져서 온전히 무(無)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냉담한 모습을 보이신 이유는 가나안 여인을 무시해서도 관심이 없어서도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가나안 여인의 믿음을 드러내 보여서 제자들과 사람들에게 믿음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시고 싶었던 것입니다. 믿음은 살아 있는 고백입니다. 정지된 고정 관념이나 신념과 같은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힘, 알량한 지식, 자존심 등 자신을 드러내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온전히 무가 되어 주님께 의탁하는 것입니다. 주인의 상에서 떨어진 빵 부스러기처럼
'주님, 저는 당신 앞에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고 자신이 부서지고 없어질 때, 비로소 우리는 '전부'를 얻을 수 있습니다. 믿는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입니다.
(금주의 묵상)
|
|